I. 인사평가라는 STORY
-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
II. 인사평가 공지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인사평가]에 대해 앞으로 연재될 주제들 입니다.
이어지는 포스트도 기대해 주세요.
- 평가-HRM의 절반 혹은 그 이상
- 평가직무 고유의 정보들
- 평가의 객관성 & 평가의 CSF - 피드백
- 평가의 계륵 – 등급 제도 & 평가 등급제도 - 3등급의 이해
I. 인사평가라는 STORY
평가제도 설명회를 진행하고 목표설정 sheet와 실행계획 sheet 양식을 드리고 작성을 요청드립니다. 몇 몇 팀장님들이 작성에 대한 질문을 하시고 개별적으로 안내를 드립니다.
어쩌면 저보다 평가라는 제도를 더 오랜 시간동안 만나셨을 분들이지만 여전히 인사평가의 양식을 작성하는 것에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HR에 있기도 합니다. HR제도라는 것이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분명 임직원이 해당 제도를 온전히 활용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제도의 의미나 취지를 알려주지 않고 제도의 외형적 운영에 치중해왔던 까닭입니다.

간단히 만들어본 실행계획 시트입니다. 사실 크게 특이한 점은 없습니다. 다만 이 양식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양식은 하나의 이야기(story)를 담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하나의 직무목표를 설정하고 일정기간동안 그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구체적인 활동(activities)을 생각함으로써 만들어내고자 하는 산출물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의 양식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의 순서로 이야기를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라는 목표가 있고 이 목표는 '목표항목기술'을 의미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우리는 A'라는 산출물이 나올 것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 산출물을 만들기 위해 '기산일'부터 '종료일'까지 기록 내의 세부 활동들을 해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다음의 전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일종의 가정인데 기본적으로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불완전성과 예측의 한계를 그 기본 개념으로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위의 산출물을 도출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통해 목표달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우리가 실제 활동을 수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전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대로 설계된 평가제도는 기본적으로 중간점검 Session을 포함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중간점검 Session을 마치 결과평가를 하듯 등급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여기에서의 중간점검 session이란 한 개인이 무슨 등급을 받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설계했던 실행계획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앞에서 이야기했던 변수나 장애요인은 없는지, 목표의 온전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건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자리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종전 평가라고 부르던, 굳이 표현하자면 결과평가 라고 할 수 있는, 아이는 위의 이야기가 모두 전개되고 난 뒤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작과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었다면 우리가 바라는 해피엔딩도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겠죠.
사실 어느 분들은 결과물을 기록하는 것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결과물이 '특정 행동을 몇 회 이상 한다'와 같은 횟수를 기록하는 경우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죠. 해당 의견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산출물이 가지는 구체성은 우리들이 해당 목표에 대한 실행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기준점(anchor) 역할을 수행합니다. 아울러 세부활동을 구상(simulation)하는 것에도 도움을 줍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제 머리 속에 그런 생각들이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최근 막 읽기 시작한 어느 책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누군가가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하는 동안 거울뉴런은 관찰자 자신의 행동방식을 활성화한다. 이것은 타인의 행동을 복제하는 동안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거울체계가 목표 지향적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관찰하는 동안 시연자가 목표를 달성한 임의적 방법에 대해서 세세한 것들을 많이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성취하거나 성취하기 위해 시도한 것들을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 | 거울뉴런과 뇌 공감력의 메커니즘 | 크리스티안 케이서스 | 바다출판사 | p80
'성취하거나 성취하기 위해 시도한 것들'을 과거형으로 바꿔보면, 해당 직무의 누군가가 성취했거나 성취하기 위해 시도했던 것들을 배운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해당 직무에서의 산출물, 정답이 아닌 개방성을 지닌 산출물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통해 배워나가는 과정을 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실행계획의 유용성과 관련하여 상기의 책에서 이야기하는 흥미로운 문구도 함께 소개드립니다.
흥미롭게도 행동을 상상하는 것은, 마치 우리가 정말로 해변에서 뛰는 것처럼, 유사한 행동의 실행과 관련된 전운동영역의 뇌 활성화를 증가시킨다. ~(중략)~ 행동을 상상하는 것, 행동을 관찰하는 것, 행동의 소리를 듣는 것 모두가 시뮬레이션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 | 거울뉴런과 뇌 공감력의 메커니즘 | 크리스티안 케이서스 | 바다출판사 | p88
실행계획의 세부활동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고 이를 기록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이상으로 우리들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하나의 일을 해나가는 과정은 일종의 이야기story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다만 그 이야기의 main소재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 일반적인 우리의 삶의 이야기와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일을 해나가는 과정으로서의 이야기'는 우리 삶의 이야기의 일부라고 보는 게 맞을 듯 합니다. 삶의 한 부분으로서, 사실은 생각보다 큰 포션potion을 차지하는, 이야기입니다. 인사평가는 그 이야기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뼈대를 구성합니다. 이 이야기가 틀어지면 우리는 배를 이끌고 산으로 가는 결과를 만날지도 모릅니다.
인사평가에 대해 단지 주어진 양식을 작성해야 하는 의무감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담당하고 있는 조직에서는 인사평가제도가 각자 맡고 있는 직무에서의 자기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그러한 이야기들이 매년 조금씩 만들어지고 쌓아가는 과정으로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사평가 공지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아침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인사평가 진행 공지를 합니다. 평가자 입장에서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번 평가는 작년 초 설명회의 이야기대로 단순히 등급만이 아닌 평가의 근거를 기술하도록 양식을 바꿨고 평가자 입장에서는 실제로는 처음 해보는 것일 수 있는 이유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려면 어느 분야이건 간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사제도를 바꾸는 것 역시 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문서로 만드는 목적이 최종 산출물에 대한 책임소재가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 입니다. 인사평가를 평가의 두 주체인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주관적 합의(사전적 객관성이 아닌)로 이해하면 두 주체간 소통은 우리가 인사평가를 좀 더 잘 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여전히 이러한 방식을 낮설어 합니다. 사실 제법 오래 전부터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음데도 여전히 우리는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그건 이상일 뿐이라거나 대기업이나 하는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말이죠.
평가를 문서로서 정리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문서로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서로 B등급 , 인상율 OO%를 적어 놓고는 합의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평가에서 이러한 방식의 문서작업은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 오랜 시간동안 우리들 대부분은 이러한 방식의 평가제도를 경험해 왔습니다.
제도를 바꾸고 사람들의 생각에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그러한 경험을 했던 우리들이 우리들이 가진 경험에 갖혀 우리가 경험한 대로 그대로 우리의 팀원들에게 하는 대신, 우리가 경험한 제도에 대해 우리가 느꼈던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들을 우리가 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하도록 우리에게 강요하기에 우리로 하여금 그만큼 더 불편하고 낯설음을 느끼께 합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우리가 이겨내지 못하면 2009년의 인사평가와 2019년의 인사평가는 1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같을 겁니다.
HR담당자는 기업에서 임직원들이 느끼는 제도 변화에 대한 낯설음과 다소의 두려움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경영진에게 보고를 완료했으니 '시키는 대로 하세요'가 아니라 한 번 더 설명하고 좀 더 세부적인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도 인사평가에 대한 공지를 하면서 지난 12월에 전체 flow를 공지해 미리 준비하게 하고 2019년 1월 2일 평가공지를 하면서 모든 단계를 다 공지하는 대신 첫 단계로서 본인평가에 대해서만 공지를 한다거나 목표설정 및 평가양식에 P - D - S로 항목별로 표기하여 이 중 연초에 채워야 할 항목과 연말에 평가시기에 채워야 할 항목의 구분을 좀 더 명확하게 해주는 등의 소소한 노력들 말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