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 칭찬합니다." 라는 말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초등학생 시절 반에서 칭찬 스티커를 모으던 때였습니다. 스티커를 가장 많이 모은 사람에겐 담임 선생님이 상으로 간식 꾸러미를 주셨어요. 수업에 열심히 참여 하거나, 교실을 깨끗이 정리하거나, 선생님을 도와 가정통신문을 나눠 주는 일을 해서 스티커를 한두 개씩 모았는데요. 많은 항목 중에서 ‘칭찬 릴레이’ 시간은 가장 큰 기회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했던 건데, 선생님이 작은 투표 종이를 돌리면 그 주에 칭찬하고 싶은 친구 이름과 이유를 적는 거예요. 누군가 내 이름과 칭찬을 적어 주면 칭찬 스티커를 5개나 얻을 수 있었죠. 익명 투표라서 자기 이름을 적는 아이도 있었어요. 서로 적어주자며 거래를 하는 애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전 칭찬 릴레이 시간이 싫었어요. 계기가 있는데요. 어느 날 제 이름이 하나도 안 나온 거예요. 서로 이름을 적어주기로 한 친구가 뒤통수를 친 거였죠. 저 외에도 이름 호명이 안 된 친구들이 더 있었고, 누군가 저에게 칭찬 하나도 못 받았냐며 놀린 것도 아닌데 굉장히 부끄러웠던 기억이 나요. 이 반에서 아무도 나를 지지해주지 않는구나, 하는 배신감도 들었고요. 생각해 보면 칭찬 릴레이의 의도는 좋았어요. 칭찬 문화를 만들어 면학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조성하기 위함이었으니까요. 다만 제가 느낀 불편함은 많은 사람이 성과를 수치로 나타내는 평가에서 으레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거였죠.
360도 평가 중 하나인 동료 평가에도 이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고요. 동료 평가는 인재의 역량과 인성을 다각도에서 측정하고 피드백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데요. 많은 기업에서 이 평가를 익명으로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임직원의 연봉을 결정하다 보니 여러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예를 들면 피드백이 아닌 상대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이 나오기도 하고, 업무 보복이 일어나기도 한다고요. 인재를 성장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이걸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요?
✅ 제도 대신 신뢰를 선택한 토스
누구나 쉽게 금융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든 토스(Toss). 토스팀은 뛰어난 기술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 재빠른 실행력으로 유명한 조직인데요. 토스는 이 모든 강점을 제쳐 두고 조직 문화가 자신들의 가장 큰 무기라고 말해요. 혁신적인 금융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죠. 그런 토스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동료 평가 제도를 폐지했어요. 배경은 이렇습니다.
▲토스에 있던 ‘스트라이크 제도’가 궁금하다면 이 영상을 참고하세요!
(시간이 없다면 2:55부터 보세요.)
토스에는 삼진아웃으로 불리는 ‘스트라이크 제도’가 있었어요. 업무상 부정을 저지르거나 동료에게 일을떠넘기는 등 팀에 피해를 입히면 경고를 주고, 경고를 세 번 받은 사람에겐 퇴사를 권고하는 제도예요. 이제도는 ‘자율’과 ‘책임’을 가장 핵심으로 생각하는 토스가 기업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인데요.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일부 구성원들은 이걸 불편해 했어요. 과도한 내부 경쟁이일어나고 사내 정치가 생긴다는 오해가 상당했거든요. ‘블라인드’ 커뮤니티에 스트라이크 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을 비정상적인 피드백 문화라고 꼬집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죠.
✅ 자기 이름을 걸고 주고받는 피드백
글로벌 혁신 기업 넷플릭스를 볼까요? 책 ≪규칙 없음≫을 통해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가 국내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어요. 그 책엔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이 담겨 있는데,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요. 넷플릭스는 솔직한 피드백을 장려해요. 단 조건이 있어요. 피드백은 반드시 실명으로 할 것. 심지어 일부 팀에서는 대면 방식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기도 한대요. 실명 피드백은 상호간의 신뢰를 기반 해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피드백을 한다는 것, 진심이 담긴 피드백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이런 조직엔 동료를 믿고 따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지 않을까요?
▲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말하는 인터뷰 영상
이곳에선 피드백을 줄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두 가지 원칙이 있어요. 첫 번째는 ‘Aim to assist’, 도움 주기를 목표로 할 것. 두 번째는 ‘Actionable’,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할 것. 요약하자면, 피드백은 주는 사람의 느낌이 아닌 받는 사람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에요. 내부 임직원들은 상대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피드백이라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있어요. 상대의 성장을 위한 일이니 평가결과가 연봉이나 성과급 등 보상 기준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요. 또 주기적으로 평가를 진행하되 주기가 너무 짧지 않도록 4개월의 시간 차이를 두고 이뤄진다고 하네요.
넷플릭스도 처음에는 여느 기업처럼 수치화된 성과로 보상을 결정하고, 익명으로 동료 평가를 진행하기도 했대요. 하지만 이 방식들이 임직원의 동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생긴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회사의 제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보완할수 있는 것도 피드백 문화가 건강하게 자리 잡은 덕분이겠죠.
넷플릭스 외에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는 동료 평가를 실명으로 시행하고 있어요. 또 평가 결과는 보상 정도를 따져보기 위함이 아닌 전적으로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서만 사용 되죠. 삼성전자가 ‘역량평가’와 ‘역량진단’을 구분해 시행하는 이유도 이와 같아요. 성과를 평가하는 것과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구분하도록 말이죠.
✅ 360도 평가로 조직 참여도를 높이는 아트라에
이번엔 일본으로 넘어가 볼게요. IT 기업 ‘아트라에(Atrae)’의 사례입니다. 아트라에는 IT 업계의 구인 미디어 ‘그린’을 운영하고, 비즈니스 매칭, 조직관리 플랫폼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업이에요. 아트라에는 일본 기업 시장에 나오면서 많은 ‘최초’ 훈장을 달았는데요. 최초로 직책 철폐, 최초로 전직원에게 주식 부여…, 이전의 일본 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업 문화라서 아트라에의 등장은 그 자체로 일본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어요.
금지된 조항 외에 모든 것을 허용한다는 아트라에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360도 평가를 진행하고 있어요. 피평가자는 프로젝트 그룹 내 멤버 중에서 평가자를 골라 평가를 부탁해요.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잘 아는 사람에게 직접 평가를 부탁하다 보니, 신뢰할 만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더욱 건설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다고 해요. 또 자신이 직접 평가 받고 싶은 사람을 고르니, 결과나 제도에 대한 불만이 덜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이기 때문에 피드백에 감정이 개입돼 평가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때 아트라에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이 유난히 높거나 낮은 평가를 결과에 반영되지 않도록 제외한다고 해요.
아트라에는 이 결과를 토대로 구성원들에게 연봉을 제안하는데요. 그 과정 역시 일방적이지 않고, 충분한 설명과 조율을 거쳐요. 아트라에는 이 제도의 핵심을 구성원의 조직 참여도를 높이는 데 두고 있어요. 단순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자신과 조직의 성장을 동일 선에 두고 나아갈 수 있게 만들죠. 마이다스 아이티에서도 개인의 역량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리더가 평가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개인의 역량 단계를 설정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진단된 역량 단계를 토대로 연봉이 조율되고요. 360도 평가를 토대로 연봉을 책정하는 아트라에의 시스템이 마이다스 아이티와 비슷한 듯하네요.
동료 평가를 힘들어 하는 시각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사실 이 방식에는 긍정적인 면이 많아요. 공동체에 조금 더 책임감을 갖게 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적절한 열정과 자극을 부여하기도 하니까요. 늘 이야기하듯, 이 방식을 다른 기업에서 시행하는 방법 중 하나로 차용하고 있진 않은지 점검해보도록 해요. 여러분의 조직에선 동료 평가를 어떻게 시행하고 있나요. 평가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구성원은 이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 질문에 생각해 봅시다!
1. 우리 기업(조직)은 동료 평가를 시행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평가를 진행하나요?
2. 평가 자체보다는 평가 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누적하고, 활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 조직은 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누적하고 활용하고 있나요?
3. 구성원들은 평가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체크해보세요.
질문에 대한 의견이나 문의사항이 있다면 👉 hr_support@midas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