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기업에서 관계를 이야기할 땐 두 가지 방향을 말해요. 업무적인 관계, 친교에 기반한 관계. 기업은 이익과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조직이니 당연히 친교에만 치중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친교보단 업무적인 관계를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 많은 제도를 만들기도 합니다. 구성원이 더 잘 모이게 돕기보다 개인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구성원들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죠.
1️⃣친교보다 일하는 환경에 집중한 로블록스
커뮤니티 기반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로블록스는 최근 코로나19와 함께 떠오른 키워드 메타버스로 주목받은 것 같지만, 사실 이 회사는 2005년에 설립됐어요. 지난 16년간 꾸준히, 그리고 탄탄히 성장해오고 있죠. 그 배경에는 로블록스의 철학이 있습니다. 첫째, ‘커뮤니티를 존중한다’. 둘째, ‘구성원의 일이 우선이다’. 여느 기업에서도 내세우는 그럴듯한 말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실제 로블록스 구성원들이 인정한 사실이에요.
‘그레이트 플레이스 투 워크(Great Place to Work)’와 ‘포춘(Fortune)’이 선정한 ‘2021년 밀레니얼이 일하기 좋은 회사’에 선정됐거든요. 미국 밀레니얼 직장인 53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는데, 로블록스의 직원 중 무려 94%가 로블록스를 ‘일하기 좋은 곳’이라고 응답했대요. 이 응답률은 평균보다 35% 높은 비율이고요.
로블록스의 피플 오퍼레이션 부서장 ‘바바라 메싱’이 강조하는 건 구성원을 더 성장시키고 그들에게 도전이 되는 일을 주는 혁신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인데요. 그걸 위해 각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복지 혜택에 적극적인 투자를 한다고 해요. 특히 ‘리모트 워크(Remote Work)’에 최적화할 때에도 구성원들의 환경부터 신경 썼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집에서 일하기 힘들잖아요. 책상 뒤에 놓인 침대로 달려가 눕고 싶은 욕구가 사수의 날카로운 피드백보다 강하고요. 그래서 로블록스는 구성원들의 홈 오피스 환경 조성비로 개인당 약 1,000달러를 지원했어요. 또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위클리 정기 미팅을 장려하면서도 높은 ‘줌 피로도(Zoom Fatigue)’를 줄이기 위해 ‘회의 없는 날’을 만들었고요.
특히 ‘회의 없는 날’은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생긴 제도인데요. 오랜 고민 끝에 만든 제도도 구성원의 의견에 따라 수정과 보완을 거쳐 개선시키는 로블록스. 이렇게 회사가 구성원의 의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개인의 성장에 적극적인 개입을 하다 보니 노사 관계가 튼튼할 수밖에요. 덕분에 함께 일하는 구성원 간의 신뢰도 자연스레 높아졌다고 해요. 구성원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돕는 것. 회사가 이 본질에 집중하면 생각보다 많은 관계의 오해가 풀릴지도 모르겠어요.
2️⃣누구나 쉽게, 대화에서 시작되는 동아리
혹시 위 로블록스 사례가 회사 내 친교에 기반한 관계가 무의미하다는 말로 들리진 않으셨죠? 일하기도 좋은데, 친교도 나누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료들인걸요.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아시나요? 1인 문구 브랜드로 작게 시작한 브랜드인데요. 최근 2년 사이에 직원이 무려 20여 명에 달할 정도고, 제조업에서 IP 사업 등으로 확장하며 폭풍 성장 중인 곳이에요. 급격히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내 동아리가 생겨났다고 하는데요. 댄스 동아리, 러닝 동아리, 다꾸 동아리, 전기 동아리, 주식 동아리, 통닭 동아리 등. 대부분 옆 동료와 관심사를 나누는 정도에서 ‘우리 동아리 만들자!’는 외침으로 이어져 생겨난 동아리들이래요. 노션 페이지나 SNS 인증을 통해 꾸준히 기록을 쌓는 곳도 있지만, 쉽게 만들어진 만큼 몇 번 모이지 않고 사라진 동아리도 있다네요 (웃음).
오롤리데이가 동아리를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에는 분명 주목할 점이 있어요. 정형화된 활동 보고서는 없지만 동아리 개설이 매우 쉽고 활동에 부담이 적다는 점이에요. 특히 저도 가입하고 싶을 정도로 탐나는 동아리가 있는데요. 바로 식물 동아리. 이 동아리는 따로 정모를 가질 필요 없이, 아주 작은 식물 하나라도 키우고 있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동아리래요. 노션 페이지에 본인이 키우는 식물을 소개하고, 식물 정보를 공유하면 활동 끝이죠! 반려 식물, 반려동물 키워본 분들은 누구나 공감하실 텐데, 내 자식 자랑하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잖아요? 조용히 자랑도 하고, 동료와 공감대도 나눌 수 있는 거예요.
🏄오롤리데이 동아리 활동일지🏄
오롤리데이는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캠페인을 벌이거나, 제품을 만들거나, 콘텐츠를 만드는데요. 이렇게 동료들과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이어가며 영감을 얻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오롤리데이의 여러 동아리가 가볍고 쉽게 모이는 걸 보니, <해방일지>의 미정이가 생각나요. 미정의 회사 동아리도 이렇게 운영됐다면, 힘들게 술자리에 가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고요. 여러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면 가벼운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꼭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고, 단 한 명과 작은 관심사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답니다.
사실 사내 인간관계는 태초부터 내려오는 난제예요. 직장인 퇴사 이유 중 가장 높은 게 ‘사람 때문’이라잖아요. 한편 회사에서 관계 맺음이 필요할까? 라는 질문도 던져볼 수 있어요. 특히 팀워크 중심이 아닌 개인 중심의 업무가 주를 이루는 기업이라면 그렇죠. 그러니 사내 관계 개선을 위한 제도를 만들기 전엔 우리 회사 구성원들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 게 우선이에요. 회사가 어떤 업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지 파악해야 하고요. 이에 기반해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야 구성원들도 공감할 수 있어요. 오늘은 두 가지 생각거리를 드리며 글을 마무리할게요.🧐
✅ 여러분의 회사는 업무적인 관계, 친교 기반의 관계 중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좋을까요? 혹은 두고 있나요?
✅ 여러분의 회사는 사내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나요? 운영하고 있다면,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인지 점검해보세요. 동아리 운영 방식이 미흡한 탓에 소외되는 구성원이 없는지도 살펴보면 좋겠어요!
✍️마이다스HR 에디터 이슬기
관심사가 넓고 다양해 이야기 보따리 장수로 불립니다. 흩어진 이야기를 모으는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