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취임 이후 MS를 시가총액 1위의 자리로 되돌려 놓은 사티아 나델라는 MS의 문제는고정관념, 자만심, 도전하지 않는 문화라 진단했습니다. 주가 하락은 현상일 뿐, MS의 진짜 문제는 문화에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사티아 나델라는 아무리 전략을 잘 짜고, 방향 설정을 잘 해도 결국 사람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 강조하며 그의 최우선 업무를 '회사 문화의 큐레이션'으로 정했습니다. 이후 회사의 미션부터 새로 세웠습니다.
MS의 새로운 미션은 ‘지구 상의 모든 사람, 조직에게 더 많은 성취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 이었습니다. '모든 가정의 책상에 PC를 두게 하자'는 빌 게이츠 시대의 미션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지요. MS 혁신 사례가 조명받는 이유는 문화가 가진 힘과 전통적인 기업도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조직의 정체성과 문화를 개선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여섯 가지 핵심 키워드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6원칙
1. 원칙 재정비
기업문화 혁신은 변화의 목적과 추구하는 미래상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기존의 행동양식이 왜 적합하지 않으며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변화와 혁신만을 강조하면 구성원들의 피로와 혼란만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 경영위기에 처했던 MS는 '원래 잘난 사람들의 고정된 사고방식' 집단에서 '끊임없이 학습하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성장 마인드셋을 새로운 조직문화 가치로 정립하며 부활했습니다. 경직된 사고방식은 '하던 대로 하는 분위기'를 낳고 부정적 피드백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게 하지만 성장 중심의 사고방식은 실패하더라도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유연한 사고의 원동력으로 작용해 도전정신을 고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MS는 혁신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시가총액 1위 자리를 16년만에 재탈환했습니다.
- 직원 5명의 스타트업에서 1,400명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빠른 실행력을 잃었다고 판단한 티몬은 건강한 스타트업으로 회복하기 위한 문화 전환을 추진했습니다. 온라인 쇼핑시장 경쟁 심화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조직 규모 확대로 관료주의적 분위기가 자리잡았고 가장 빠르게 혁신해야 하는 시기에 가장 실행력이 느려진 상황이었습니다. 티몬은 '스타트업 정신 복귀'를 강조하며 구성원 모두가 쉬운 일만 찾지 않고 옳은 일을 통해 스스로를 이기는 Winning Culture를 기업문화 원칙으로 정했습니다.
2. 일관되고 지속적인 메시지
기업문화는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의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 양식의 총체이기 때문입니다. 기업문화가 표방하는 철학이 구성원의 일상에서 생명력을 가져야 성공적으로 혁신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MS는 ‘기업문화 개선은 종료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여정이다' 라며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통해 직원들에게 완전히 체화 때까지 일관되게 메시지를 전달하여야 한다고강조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성장 마인드셋'이라는 문화 원칙이 우선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는 실적 부진 시 저성과를 비난하던 조직 분위기를 실패에도 'What did you learn?'을 묻는 분위기로 전환시켰습니다.
- 두산그룹 역시 기업의 핵심가치인 'Credo'를 선포하고 이를 내재화하기 위한 변화관리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습니다. 특히 '조직에서 자주 쓰이는 언어가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을 Framing한다'는 점에 착안해 일하는 방식을 정의하는 핵심문구를 지속적으로 노출했습니다.
3. 본질과 핵심에 집중
형식주의와 결별하고 효율을 추구하는 모습을 통해 '조직은 원래 그렇다'는 구성원의 고정관념을 깨고 본질과 핵심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기존 관행과 결별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 "MD의 일은 경쟁사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상품을 확보하는 것인데 보고서 작성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티몬은 권한조정과 업무공유시스템 개발을 통해 ‘보고말고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업무의 효율적 추진과 성과를 위해 생긴 절차, 규정, 보고체계가 목적 그 자체가 되어 버리면서 조직 내 비효율이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문서는 ‘핵심 메시지만', 이메일은 ‘단도 직입적으로 용건만' 말하는 캠페인을 통해 업무전반의 형식주의를 타파하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단행했습니다. - "PPT 특성상 시각적 효과가 중요해 본질을 고민하기보다 외양을 꾸미는데 시간이 허비되었고 PPT 잘 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있었습니다."
현대카드는 ‘제로 PPT 정책’을 통해 비본질적인 문서 꾸미기 작업을 없애고 핵심 컨텐츠에 집중할 수 있게 했습니다. Market Place(실장급 이상이 아젠다 없이 자유토론, 정보공유하는 회의), Focused Meeting(CEO 포함 경영진이 토론을 통해 현장에서 바로 결정하는 회의)와 같은 회의체를 통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향상시켰습니다.
4. 디지털 기술로 Nudge
많은 기업들이 업무 효율화를 강조하지만 일하는 방식은 조직전반의 관행에 걸친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의 변화 시도만으로는 개선에 한계가 있습니다. 직원에게 업무효율화를 강조만 하기 보다는 조직 전반의 업무 관행을 바꾸는 업무지원 시스템 도입으로 직원들의 일하는 행동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 티몬은 '티몬 WIKI'개설을 통해 정보 공유를 극대화했습니다. 두 번 이상 동일한 질문을 받으면 답을 문서로 작성해 클라우드로 남기고 해당 링크를 공유하는 아마존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업무 메뉴얼과 품의 작성법 등 회사생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누구나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티몬은 내부 정보 흐름이 크게 개선되고 동일한 질문이나 자료 요청이 감소해 현업의 업무 효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 MS의 사티아 나델라는 MS부활의 비결로 목적과 대상별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업무 툴을 꼽습니다. 비서실과의 단발성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Onenote, 세계 각 국의 임직원들과 협업을 지원하는 Teams, 전 직원과 소통하기 위한 기업용 SNS Yammer 등 소통 대상과 소통 목적에 맞는 업무 툴을 활용하여 면대면 회의와 계단식 보고 문화를 줄였습니다.
5. 기업문화 전담팀 활용
기업문화팀을 개설하고 이들에게 전폭적인 권한과 신뢰를 주지 않으면 기업문화 혁신은 어렵습니다. 실제로 기업문화가 좋은 기업에서는 문화 전담팀이 나서 조직 곳곳의 숨은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문화 개선은 오랜 시간을 들여 직원들의 고착화된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고 관여할 수 있는 전폭적인 권한을 전담팀에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기업문화팀은 자리에 앉아 일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저격수처럼 회사 곳곳을 다니며 이 부서에,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티몬 기업문화실은 직원의 애로사항을 수렴해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있어 조직내 신뢰도가 높은 데다 변화에 역행하는 구성원의 행동에 대해 직간접적인 패널티를 줄 권한이 있어 혁신을 빠르게 정착시킬 수 있었습니다. 티몬 기업문화팀의 업무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것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권리와 임원을 비롯한 전 직원에게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 기업문화실에 대한 조직원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현대카드 기업문화팀은 조직내 최고의 협업파트너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외부프로젝트수주지원 뿐 아니라 관리부서(IT, HR등)와도 수시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IT팀과 공동 PM이 되어 현대카드의 일하는 방식과 사용자 반영할 수 있는 업무용 모바일 메신저 개선했습니다. IT관점에서 기능중심으로 선정된 기존 업무용 모바일 메신저는 사용자 편의성이 부족하여 이용률이 매우 낮았지만 기업문화팀과 협업을 통해 ‘현대카드답게’ Customizing된 신규 메신저의 이용률은 85%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6. 리더십으로 완성하라
기업문화가 좋은 기업일수록 CEO를 포함한 모든 리더가 예외없이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합니다. 고위급 리더일수록 변화 과정에서 '열외'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결정의 윗 단계에 위치한 리더의 생각에 따라 문화의 방향이 결정될 뿐만 아니라 리더의 솔선수범이 있어야 변화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와 동참의지가 높아집니다.
- 사티아 나델라는 CEO를 맡은 후 다양한 지역과 직무의 직원을 직접 만나며 MS가 직면한 상황과 문제원인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이러한 17개월 간의 여정을 통해 MS의 새로운 기업문화 철학과 핵심 가치를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새롭게 정립한 원칙은 CEO를 포함한 모두에게 예외없이 적용됩니다.
한 예로 사티아 나텔라는여성 엔지니어를 위한 외부행사에서 남녀 간임금격차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열심히 한다면 왜 성과를 걱정하는가?'라는 답변 후 큰 사회적질타를 받았습니다. 행사 직후 그는 자신이 여성 엔지니어의 현실에 무지했으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MS의 원칙을 어겼음을 사과하고 본인이 깨달은 점을 밝히는 이메일을 전직원에발송했습니다. 이는 '실수에서 배운다'는 MS의 성장마인드 원칙이 수사적 문구가 아닌 매순간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임이 조직 내에 상징적으로 각인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 두산 그룹은 리더의 솔선수범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리더들이 모여 Credo(두산의 경영철학과 일하는 방식) 구현을 위해 놓친 것은 없는지 성찰하고 리더가 지원할 사항을 논의하는 Credo council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팀장이 휴가를 안쓴다'는 의견이 수렴되면 그 이유를 파악하고 '팀장 오프제'나 '휴가시 액티비티 지원' 등 해결방안을 'Credo Council'의 안건으로 선정하고 논의해 개선합니다.
이번 아티클에 포함된 사례는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하는 '기업문화 커피살롱'에 공유된 발표사례를 기반으로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