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030년쯤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3시간만 일하고도 생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생산량 증가가 노동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것이라 예상한 것입니다. 자동차 회사 포드를 창립한 헨리 포드는 당시 '주 5일 노동에 6일치 임금'을 주장하고 주 5일 근무제도를 시행하였습니다. 그는 주5일 노동이 더 큰 번영으로 가는 길을 불러올 것이라 예견했습니다.
스프라이폭스의 게임디자이너 다니엘 쿡은 ‘오래 일하면 생산성도 높아지는지’ 항상 의문점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는 직접 주 60시간과 40시간 근무자를 나눠 비교했고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당연히 주 40시간 근로자보다 주 60시간 근로자의 생산성이 크게 높았습니다. 하지만 주 40시간 근로자의 생산성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반면 주 60시간 근로자의 생산성은 가파르게 하락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심지어 4주차부터는 주 40시간 일하는 근로자보다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생산성과 업무시간을 엮은 이 그래프는 학계에서 ‘다니엘 쿡의 생산성 법칙’이라 불리우기도 합니다.
노동 투입을 늘리면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명제는 4차 산업혁명 도래로 힘을 잃었습니다. 하나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근면성'은 '혁신', '창의'등에 후순위 가치로 밀려났습니다. 천장현 머서코리아 상무는 “노동집약 산업에서는 노동을 늘리면 이익이 늘어났으나 창의성이 중요한 지금은 열심히 일하는 게 정답이 아니다”라며 “노동시간에 집착하지 말아야 창의적인 사회로 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국내에도 일주일에 4일만 일하는 주 4일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 드라마 '미생'
대기업 중에서는 SK그룹이 올 1분기부터 주4일제를 도입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은 '구성원 행복'과 '딥 체인지'를 실천한 결과입니다. 지난해 11월 시범 도입 이후 업무 효율성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판단, 확대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보다 복지가 약한 중소기업들은 차별화된 고용브랜드 구축을 위해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 입니다. 주4일 근로를 매력적인 복지 제도로 활용하여 인재를 유치하고, 직원 사기를 높임으로서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려는 목적입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올해 6월 기업문화 향상을 위해 주4일제를 도입했습니다. 에듀윌은 주4일제의 안착을 위해 교육, 토론회,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시스템 정비 등 사전 작업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및 자사 채용 사이트 방문자를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710명의 응답자 중 95%가 "업무 강도가 세져도 주4일제를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눈 여겨볼 사실은 주4일제 발표 직후 이 회사의 채용 사이트 방문자가 71%나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배달의 민족' 앱으로 잘 알려진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부터 주 4.5일(35시간)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게 하면 야근을 하는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월요일 늦게 출근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월요일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바로 최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 잠도 푹 자고, 천천히 식사도 한 뒤 좋은 컨디션으로 출근하는 것이 나을 수 있겠다고 생각도 한 몫 했습니다.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일수록 생산성도 높고, 더 큰 성과를 내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려는 것 역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기반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주 4.5일 근무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에서 인사를 총괄하는 박세헌 실장은 무엇이 ‘행복’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바탕으로 제도를 만들어 나간다 밝혔습니다.
“우리 회사가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한 건 몇 년 됐습니다. 2015년에 월요일 오후 출근 제도를 도입해 주 4.5일 근무를 만들었고,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퇴근 시간을 30분 단축하는 식으로 주 35시간 근무를 완성했습니다. 제도가 다듬어지는 과정도 비슷했습니다. 사람이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를 고민했죠. 결론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때’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죠. 이런 ‘관계와 시간을 선물하자’는 게 근로시간 단축의 동기였습니다.
근무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에 채용이 늘어났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직원들이 근무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고, 이 만족감이 일의 성과로 이어지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회사가 성장하다 보니 일자리도 늘어나게 되고요.”
위 기업들이 주 4일, 4.5일제를 택한 이유를 단순한 휴게시간 조정의 관점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좀 더 놀기 위해'가 아니라 '좀 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짧고 굵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 확실하게 쉬자는 취지입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단축근무 제도가 회사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약 70% 성장을 달성해 업계 1위를 기록했고, 소폭이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직원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주 5일제 또한 시스템이 안착한지 13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도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토요일 휴무 실시가 생산성을 떨어뜨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주4일 제도를 경험해본 한 네티즌의 경험담은 약 18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였습니다. 경험담의 내용을 요약하면 '조직에 활력이 크게 돈다', '순수 근무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체력이 다르다',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이게 되어 업무량이나 매출이 줄지 않는다', '과거 제도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단 5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 무언의 단합이 생긴다' 등의 내용입니다.
이제 막 주 52시간 근무 제도가 자리잡고 있는 만큼, 주 4일이나 4.5일 근무는 앞으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기술이 인간의 노동으로 수행하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만큼,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시간 단축 뿐만 아니라 일자리 공유 관점의 인당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논의도 앞으로 활발하게 이루어 질 것으로 보입니다. HR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고민해 볼 만한 이슈가 아닐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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